티슈를 뽑으며
박병금
무심코 한 장 또 한 장을 뽑으며
어느 정도 쓰고 나면
술렁술렁 바람 빠지듯 한다
맨 처음 내 삶의 출발점도 그랬을까
길 들지 않은 첫 개봉 시의 그 느낌처럼
참 어설프고 더디게 흘러갔던 유년기
마흔 오십 줄을 넘기면서
윤활유를 치듯 가속을 붙여 따라 올라오는
티슈에서 스쳐 지나가는 내 생의 이력을 본다
이미 흘러버린 세월과
보이지 않는 곳에 남아 있는
희망이 교차하는 사각의 티슈 통
화사한 꽃 그림의 모서리에
바람은 풍경으로 와서 눕고
곧 바닥을 보일 듯
빈 통에 공명으로 울리는 내 삶의 조각들
언젠가는 소진되고 말 티슈를 뽑으며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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